서커스 '도시조류도감'이 주는 울림, 새와 인간의 공존 방법은?

시민기자 조시승

발행일 2022.09.16. 09:07

수정일 2022.09.16. 18:35

조회 971

2022 서커스 캬라반 가을 프로그램이 문화비축기지에서 9월 17일~25일 주말에 열린다.
2022 서커스 캬라반 가을 프로그램이 문화비축기지에서 9월 17일~25일 주말에 열린다. ©조시승
하늘을 나는 새들의 모습을 시연 중인 예술가들
하늘을 나는 새들의 모습을 시연 중인 예술가들 ©조시승

우거진 숲에서 아름답게 비행하는 새들을 본 적이 언제인가? 도심에서 살아가는 새들은 하루하루 위태롭게 살고 있다. 새들의 둥지는 인간의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유리벽에 부딪쳐 처참한 죽음을 맞기 일쑤이다.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2022 서울서커스페스티벌 '서커스 캬바레'에서 <도시조류도감> 공연을 관람했다. <도시조류도감>은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새가 처한 다양한 위기를 에어리얼 퍼포먼스로 표현한 블랙코미디이다.  9월 17~18일, 24~25일 주말, '서커스 캬라반 가을'에서도 공연을 볼 수 있다. 
<도시조류도감>은 도심 속 살아가는 조류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조시승
<도시조류도감>은 도심 속 살아가는 조류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조시승

<도시조류도감>에서 첫 번째로 출연하는 새는 비둘기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공원에서 비둘기가 바닥을 쪼고 있다. 자세히 보니 사람들이 먹다 남긴 음식이나 버리고 간 음식물 찌꺼기를  먹고 있다. 그래도 이들은 행복한 편이다. 어떤 비둘기는 쓰레기 봉지나 쓰레기 보관통을 뒤져 부패한 음식물을 만찬인 양 즐겨 먹는다.

공연에서 두번째 출연하는 새는 오색딱따구리다. 검은색, 붉은색, 하얀색이 조화를 이루는 오색딱따구리는 부리로 나무를 쪼아서 구멍을 파고 산다. 그 나무 구멍 속에 살고 있는 벌레, 나무열매와 곤충 등을 잡아먹기도 하는 숲 속의 건축가다. 산림 훼손으로 살 곳이 점차 줄어들어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래서 새들은 생존을 위해 비좁은 아파트 공간에 둥지를 틀기도 하고 사람의 보호 아래 동물원에서 살아가기도 한다. 또 천적을 피해 주택가, 공원에 둥지를 틀거나 부족한 먹이를 구하기 위해 도심으로 내려온 새들은 사람들에게 천덕꾸러기로 여겨지기도 한다.

<도시조류도감>은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모색한 자연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블랙 코미디다. 열심히 도시에서 살아가는 새들의 이야기를 보고 웃다가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마냥 기분 좋게 웃을 수만은 없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부모를 잃은 어린 황조롱이가 애처롭다. 앞에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어미 황조롱이가 있다.
부모를 잃은 어린 황조롱이가 애처롭다. 앞에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어미 황조롱이가 있다. ©조시승

세 번째 새는 어린 황조롱이의 이야기다. 높은 산에서 살던 어미 황조롱이는 사람이 만든 유리창에 부딪쳐 하늘나라로 갔다. 혼자 남은 어린 황조롱이는 멋지게 비행하며 살아 갈 수 있을까?

멸종위기종인 새를 보호하기 위해 빌딩 외벽을 수직 정원으로 디자인한 해외 건축 사례도 있다. 도시를 설계하고 디자인할 때 인간뿐 아니라 자연과 공존할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오래된 공업용지를 생태공원으로 재탄상시킨 런던이나 토론토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새가 살기 좋은 도시는 곧 우리에게도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푸른 하늘을 나는 새. 새가 살기 좋은 환경은 곧 인간도 살기 좋은 곳이다.
푸른 하늘을 나는 새. 새가 살기 좋은 환경은 곧 인간도 살기 좋은 곳이다. ©조시승
황새목에 속하는 긴목을 가진 왜가리가 관람석 중앙을 거쳐 무대로 나오고 있다.
황새목에 속하는 긴목을 가진 왜가리가 관람석 중앙을 거쳐 무대로 나오고 있다. ©조시승

네 번째로는 왜가리(으악새)가 나온다. 왜가리는 주로 하천, 습지 등 물가에 사는데 긴 목을 이용해 개구리, 들쥐, 물고기, 뱀, 작은 조류를 사냥하는 육식성 새다. 남쪽나라에서 추위를 피해 여름에만 한국에 찾아오는 여름철새였지만, 이제 지구 온난화로 다시 남쪽나라로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서식하며 청계천에서도 살고 있다.

도심 속 새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도시조류도감> 공연이 도심 속 휴게공간인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점이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산업사회의 산물인 옛 석유비축기지를 재생한 '문화비축기지'는 이번 공연을 선보이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었다. 

<도시조류도감>은 우리가 당면한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돌아보고, 자연과 공존할 방법을 모색해 보게 하는, 울림을 전하는 공연이었다. 아이와 함께 온가족이 보아도 재미있고 유익했던 공연이었다. 9월 17일~25일 주말마다 열리는 '서커스 캬라반 가을'에서도 공연을 즐길 수 있으니 관람해보길 권한다. 
공연을 마친 출연 배우들이 관람객의 뜨거운 박수에 인사하고 있다.
공연을 마친 출연 배우들이 관람객의 뜨거운 박수에 인사하고 있다. ©조시승

문화비축기지

○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증산로 87 (성산동 661)
○ 운영시간 : 오전 10시~저녁 6시(월요일 휴무)
○ 교통 :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2, 3번 출구에서 도보 20분
○ 문의 : 문화비축기지 02-376-8410
서커스 캬라반 '가을' 공연 예약
○ 공연 문의 : 02-6203-2537

시민기자 조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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